
한 가지 예를 들어서, 수억원의 마케팅비를 써서 유저를 약 100만명 데려왔다고 칩시다. 그런데 다음 날 접속해 보니 90만 명이 게임을 지우고 10만 명만 남았습니다. 이 게임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불가능하다"입니다. 유저가 머물지 않고 빠져나가는 게임에 마케팅을 하는 것은, 구멍 난 독(Leaky Bucket)에 물을 붓는 것과 같습니다. 사업 PM이 마케팅보다 더 집착해야 하는 지표, 바로 유저가 얼마나 우리 게임에 남아있는지를 보여주는 “리텐션(Retention, 잔존율)”입니다. 오늘은 저의 경험을 한 스푼 얹어서 게임의 수명을 결정하는 리텐션의 주기별 의미와 관리법을 말해드리겠습니다.
리텐션이 “게임 수명”을 말해주는 이유: 유저는 늘어도 남지 않으면 끝난다
리텐션은 특정 시점에 유입된 유저가 다음 날, 7일 후, 30일 후에도 다시 돌아오는 비율입니다. 즉 리텐션은 게임이 유저에게 반복할 이유를 주는지, 다시 말해 ‘루프(loop)’가 작동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게임이 아무리 재밌어 보여도, 첫날 경험이 별로면 유저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시 오지 않는 유저에게는 콘텐츠도, 과금도, 커뮤니티도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리텐션은 단순한 지표가 아니라, 게임의 생존을 결정하는 기반입니다.
D+1과 D+7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이 두 구간이 각각 다른 문제를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D+1은 “첫날 경험이 괜찮았는가”를 말합니다. 튜토리얼이 길고 지루했거나, 조작이 불편했거나, 로딩/크래시가 많았거나, 첫 목표가 모호했다면 D+1에서 바로 무너집니다. 반대로 D+7은 “일주일 동안 붙잡을 구조가 있는가”를 말합니다. 성장 목표가 일주일 안에 막히거나, 콘텐츠가 금방 소진되거나, 이벤트 공백이 있거나, 보상 루프가 약하면 D+7에서 꺾입니다. 즉 D+1은 ‘초반 체감’, D+7은 ‘중기 루프’를 평가하는 지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한국 시장의 경우 한국 소비자들은 콘텐츠 소비 속도가 다른 국가보다 빠르기 때문에 D+7 의 잔존율과 D+14 잔존율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또한 리텐션은 다른 모든 지표를 좌우합니다. LTV는 결국 오래 남는 유저가 만들어내고, 매출도 일정 규모의 잔존 유저 풀이 있어야 안정화됩니다. UA(유저 획득)를 아무리 많이 해도 리텐션이 낮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그래서 많은 팀이 “리텐션을 올리면 대부분의 문제가 풀린다”고 말합니다. 물론 리텐션이 전부는 아니지만, 리텐션이 무너지면 다른 지표 개선은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D+1 잔존율: 첫날의 마찰을 줄이고 ‘다음 날 올 이유’를 만드는 설계
D+1 리텐션을 올리는 핵심은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첫날의 마찰을 줄이고, 다음 날 올 이유를 남긴다.” 여기서 마찰은 단순 버그뿐 아니라 심리적 피로도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회원가입이 복잡하거나, 튜토리얼이 너무 길거나, 핵심 재미가 늦게 나오거나, UI가 복잡하면 유저는 ‘또 하기 싫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PM이 D+1을 관리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초반 퍼널입니다. 설치→실행→로그인→튜토리얼 시작→튜토리얼 완료→첫 전투/첫 스테이지 클리어→첫 보상 획득 구간에서 어디가 새는지 확인합니다. 이탈 구간이 보이면, 그 지점의 UX/난이도/보상/속도(로딩)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제가 전에 했던 프로젝트중에 한 프로젝트는 동의를 받는 절차와 회원가입 절차 리소스 다운로드 절차의 시간이 매우 길었었던 게임이 있었는데 여기서 문제점이 발생했었습니다. 게임에 진입하기도 전에 유저들이 이탈을 많이 했었던 것이죠. 그래서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회원가입없이 게임 진입 시 바로 게스트 계정으로 생성되게 한 경우도 있을정도로 초반 퍼널은 매우 중요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쓰는 D+1 개선 레버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핵심 재미의 조기 노출’입니다. 유저가 좋아할 포인트가 전투인지, 수집인지, 퍼즐인지, 스토리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어쨌든 10~15분 내에 핵심 재미가 체감되어야 합니다. 둘째, 첫 목표를 명확히 만드는 것입니다. “다음에 뭘 해야 하지?”가 생기면 이탈합니다. 초반 미션, 성장 목표, 길잡이 UI를 통해 다음 행동을 단순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셋째, 첫날 보상 루프입니다. 첫날에만 주는 환영 보상, 첫 결제 유도 이전의 무료 보상, 업적/출석의 ‘내일 보상’ 설계는 D+1에 큰 영향을 줍니다. 넷째, 안정성입니다. 크래시, 결제 오류, 진행 불가 버그 같은 치명 이슈는 D+1을 즉시 파괴합니다. 그래서 런칭 직후 가장 먼저 잡는 지표가 D+1이기도 합니다.
PM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D+1을 올리기 위해 과도하게 퍼주는 것”이 항상 답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보상이 과하면 경제가 망가질 수 있고, 튜토리얼을 너무 줄이면 시스템 이해도가 떨어져 D+7에서 다시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D+1 개선은 ‘단기 체감’과 ‘장기 이해’를 균형 있게 설계해야 합니다.
D+7 잔존율: 일주일 안에 콘텐츠 루프를 완성하고 ‘공백’을 없애라
D+7 리텐션은 유저가 일주일 동안 게임을 지속할 동기가 있었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D+1이 “내일 다시 오게 만들기”라면, D+7은 “일주일 동안 계속 올 이유를 제공하기”입니다. 그래서 D+7을 올리려면 시스템적으로 반복하게 만드는 루프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으로 성장 루프(강화/승급/파밍), 경쟁/협동 루프(PvP, 길드, 레이드), 수집 루프(캐릭터/아이템 컬렉션), 그리고 라이브 루프(이벤트/출석/배틀패스)가 결합되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D+7이 떨어지는 대표 원인은 네 가지로 많이 나타납니다. 첫째, 성장 정체입니다. 3~5일차에 재화가 부족해 성장이 멈추면 유저는 “막혔다”는 느낌을 받고 이탈합니다. 둘째, 콘텐츠 공백입니다. 초반 메인 콘텐츠를 다 보면 다음 목표가 없거나, 일일/주간 콘텐츠가 약하면 7일을 못 버팁니다. 셋째, 커뮤니티/경쟁의 부재입니다. 다른 유저와 연결되는 요소가 늦게 열리면, 소속감과 경쟁 동기가 약해집니다. 넷째, 라이브 캘린더의 빈틈입니다. 이벤트가 끊기거나 보상이 반복되면 기대감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PM은 D+7을 관리할 때 “3일차, 5일차, 7일차에 유저가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하는가”를 역으로 설계합니다. 유저 여정(Progression Journey)을 만들고, 그 구간에 맞는 콘텐츠 오픈 타이밍과 보상 테이블을 조정합니다.
D+7 개선에서 특히 효과적인 장치는 ‘주간 리듬’입니다. 주간 퀘스트, 주간 보상, 길드 컨텐츠의 주간 초기화, 시즌 패스의 주간 미션은 “이번 주에 해야 할 것”을 만들어줍니다. 또한 복귀 유도 장치도 중요합니다. 3일 미접속 시 복귀 보상, 복귀 미션, 복귀 패키지는 D+7 이후의 롱리텐션에도 영향을 줍니다. 다만 이 모든 장치는 UX가 복잡해질수록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PM은 “유저가 일주일 안에 자연스럽게 배우고 습관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결론
한국 시장에서 유저들은 굉장히 트렌드에 민감하고 느긋하게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이런 유저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눈길을 계속 끌어야 하고 할 것을 계속해서 제공해줘야 하면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요소나 장치들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이러한 부분들을 미리 체크하고 숫자로 분석하고 대비하는 것이 사업PM이 해야할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입니다. 마케팅으로 초대했다면 우린 대접을 잘 할 수 있게 준비를 해서 리텐션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